일본여행_08

8일차

여행의 마지막 날. 비행시간을 착각했다. 오후 2시 30분으로 알고 있던 비행기 시간이 알고보니 11시 50분이었다. 다행히 9시 10분쯤 그 사실을 깨닫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서둘렀던 탓인지 여자친구 집에 넥타이를 두고 왔다. 

일단 시간을 좀 계산해보면, 산겐자야부터 도쿄역까지 1시간 도쿄역부터 나리타공항까지 1시간이 걸린다. 공항에 도착해 항공권 발급 받고, 출국하는데 1시간을 잡았더니 시간이 매우 모자랐다. 계산하고 앉아 있을 시간도 아까웠지만 전날 밤 미리 준비해두지 않은 탓에 노트북을 꺼내 도쿄역에서 나리타로 가는 버스 타는 법을 검색했다. 역시나 못찾고, 일단 도쿄역으로 향했다. 도쿄역에 도착하니 9시50분이 조금 넘었던가 이미 반쯤은 비행기 타기를 포기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마음으로 공항은 가보자는 생각을 했고, 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나리타 공항 가는 버스 어디서 타냐고 물어봤다. 

나리타 바스와 도코데스까? - 나리타 버스는 어디입니까? 

많이 들어본 질문인지 익숙한 손놀림으로 정류장을 가리켰고,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옷 밖에 안들어있던 가방은 왜그리 무거운지.. 힘들었다. 경찰관이 가리킨 곳을 가보니 고속버스 승차장이 아니라 티켓 구매하는 곳 이었다. 예약 안해도 탈 수 있다고 알고 있어서 예약을 안했는데, 그 곳은 예약한 사람들 표 받아가는 곳 인것 같았다. 말이 안통해 지금도 뭔지는 잘 모르겠고, 그곳 안내직원이 영어로 나가서 왼쪽으로 가라고 알려줬고, 그 방향으로 가보니 버스 타려고 기다리는 줄이 한참 길었다. 

이미 시간은 10시가 넘어가기 시작했고, 비행기 놓치는 상상이 머릿속에서 시작됐다. 

일단 버스정류장은 무사히 도착했고,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저기 뒤에가서 줄 서라고 말하길래 뒤로 갔는데, 줄이 세줄이었다. 그 중 하나를 골랐는데, 재수없게도 그 줄은 예약한자 줄이었고, 내 차례가 되자 난 다시 미예약자 줄 맨 뒤로 가게 됐다. 그곳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약 10~15분마다 버스가 오는데, 일단 예약자 먼저 꽉 채우고, 남는 자리를 미예약자가 줄 선 순서대로 채우고, 만석이 되면 출발하기를 반복한다.

다행히 줄이 팍팍 줄어들기 시작했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순조롭게 흘러가는듯 했으나 진짜 딱 내 앞에서 줄이 끝났다. 시트콤 같은 일이 벌어지는구나 싶었는데, 내 앞 선 서양인이 자기는 2인이라고, 지금 한자리면 못탄다 뭐 이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근데 생각해보면 내가 한참 전에 왔었는데, 줄을 잘못서서 이런 일이 벌어졌구나 싶기도 한데 겨우 타긴 했으니 기분은 좋았다. 근데 기분이 좋은것도 잠시 버스에 탔는데 안내원이 사람 수를 잘 못 센건지 앉을 자리가 없었다. 

기사가 나보고 앞으로 나오라고 손짓하는데, 난 서서 갈 수 있다. 한국 버스 유 경험자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말이 안통하니 어쩔 수 있나… 체념하고, 앞으로 나갔더니 복도에 간이의자가 펴지더니 미안하지만 거기 앉으라고 해서 기분좋게 앉아갔다.(버스요금은 미예약시 1000엔, 예약시 900엔)

근데 한 가지 문제가 더 있었다. 내가 탈 비행기가 나리타 1,2,3 공항 중 어디서 이륙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운좋게 좌석과 좌석사이 중앙에 앉은 탓에 양옆으로 사람이 두 명씩 총 네 명이 있었다. 어떻게 일본인에게 스마트폰을 빌려 검색을 할 것인지 고민했고, 구몬 일어로 다져진 나의 일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때라고 생각했다.

나리타까지 한 시간이 걸리니, 2~3문장 생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다. 머리속으로 수십번 시뮬레이션을 했지만, ‘나는 외국인입니다’만 수없이 반복될뿐 전화를 빌릴 수는 없었다. 고민하던 찰나 뒤에서 한국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눈은 앞을 보고 있었지만 이미 내 귀는 그들과 함께였다. 용기를 내서 어디 항공사 타고 가시냐고, 빠르게 물었다. 이스타항공을 기대했지만 아시아나가 나왔고, 1번 공항으로 간다고 했다. 나도 그냥 1번 갈까 고민했지만,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한 번 잘못내리면 터미널의 톰행크스 부럽지 않은 공항 생활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다싶어 다시 일본어 연습을 시작했다.

버스 안내방송이 시작됐다. 곧 나리타에 도착한다는 말을 들으니 가슴은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스미마셍으로 포문을 열었다.

“와따시와 가이코쿠진다카라 와타시노 뎅와가 데키마센” - 나는 외국인이라서 전화가 불가능합니다.

“아나타노 뎅와오 “ - 당신의 전화를 

여기서 막혔다. 구몬 일어 2년의 결과다. 재능이었다면 달랐을까… 

내 옆에 있던 여자의 당황한 눈을 봤다면, 누구라도 일본어 공부가 하고 싶어졌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순간

“한국인이세요?” 라고 말하는 당황한 눈의 소유자!

아 제가 이스타항공 타는데, 어느 공항에 내려야할지 몰라서 검색좀 할 수 있을까요? 하니까 기사님한테 대신 물어봐줬다. 근데 기사님도 모르고해서 narita airport eastarjet으로 검색하니 나왔다. 역시 구글신

2번 공항이 정답이었고, 11시 10분쯤 버스에 내려 공항에 도착했고, 티켓팅 하는데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늦게갔으니 당연한 듯 했고, 출국 심사 역시 얼마 걸리지 않아 비행기를 무사히 타고 한국에 올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