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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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0년 후(혹은 가까운 미래) 아카데미에서 한국인 감독, 배우의 수상이 예상된다.

영화 감독을 실력순으로 줄세울 순 없겠지만, 봉준호 감독은 이번 아카데미 4관왕으로 전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감독 중 한 명이 되었다.

과거 박세리가 박세리 키즈를 박찬호가 박찬호 키즈를 만들어 냈듯, 봉준호 키즈가 15~20년 후에는 세계를 무대로 활약할 것이다.

사람의 믿음이란 참으로 신기하다. 오늘 날 봉준호 감독의 수상 여부가 20년 후 한국의 어느 감독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다. 롤모델의 힘이라고 해야할까? 그리고 그 롤모델이 같은 인종, 국적이라는 점은 시너지를 더한다.

과거 1954년 육상계에선 인간은 1마일을 4분 내로 달릴 수 없다는 통념이 있었다. 하지만 한 선수에 의해 육상 1마일 4분의 벽이 무너졌다. 그 후 3분대의 기록을 가진 선수들이 우후죽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간이 4분내로 1마일을 뛸 수 없다는 생각이 많은 이의 발을 묶어 두었듯이 생각, 믿음은 사람의 성장을 촉진 또는 저해하기도 한다. 우리는 더 성장하기 위해 본인의 무의식을 깊히 들여다보아야할 필요가 있다.

나의 경우, 비전공자이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이 역시 단순히 내가 만든 가상의 벽일 뿐. 내가 높은 수준의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가는 나의 선택에 달려있다. 다만 그 길이 어려워보이기 때문에 전공이 아니라는 이유를 내세워 노력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만드는 것 뿐이다.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쓰다보니 반성문이 되었는데, 봉준호 감독에 대한 내용을 조금 적어본다.

한 인터뷰에서는 그는 첫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의 시사회에서 자기의 영화지만 영화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어두운 상영관 안에서 홀로 얼굴이 발갛게 상기됐었다고 얘기했다. 지금은 거장인 그에게도 처음이 있었다는 사실이 수 많은 시작하는 이들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