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_01

1일차

이른 아침부터 공항에 가려고 준비를 했더니 비행기에 타자마자 눈꺼풀이 내려오기 시작했다. 비행시간은 약 2시간 정도로 부담없었고, 평소 일어나던 9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 일본에 도착했다. 공항의 풍경은 대부분의 나라가 그렇듯 여러나라의 비행기와 많은 사람으로 북적이고 있었다.

간단한 입국심사(사실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았다)를 마치고 나와 도쿄로 향하는 버스표를 구입했다. 다양한 교통 수단이 있었지만, 그 중 버스가 1,000엔으로 가장 저렴하기에 고민할 이유가 없었다. (가장 비싼걸로는 3,500엔 고속열차가 있다)

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출발했고, 나는 10시 45분 차를 타고 도쿄에 11시 50분 경에 도착했다. 일본 대중교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들어봐서 알겠지만, 한국과 특히 다른 점은 굉장히 안정적으로 운전한다는 점이 인상깊었다. 하지만 기사 아저씨가 알아듣기 힘들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 점은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도쿄역에 도착해 주변 거리를 걷다 스타벅스에 들어가 적당한 음료 하나를 시켜두고, 2시까지 마감인 자소서 하나를 급하게 제출했다. 사실 먹고 싶은 음료가 있었는데, 뭐라 말해야할지 몰라 프로모션 중인 음료 그림을 손짓으로 가리켜 겨우 주문했다.

음료를 마시고, 밥을 먹으러 밖으로 향했다. 와본적도 없고, 알아보지도 않은 터라 돌아다니다 맛있어 보이는 곳으로 들어갈 생각으로 이쪽 저쪽 둘러보기 시작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사람들이 줄 서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도쿄역 주변 높게 솟은 세련된 건물에 비해 2층 높이로 아담했고, 나무 느낌을 한 껏 살린 인테리어로 전형적인 일본 식당을 연상케 하는 그런 집이었다. 

십수명의 길었던 줄은 생각보다 빨리 줄어들었고, 어느새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안내에 따라 들어가보니 직원이 내게 뭐라고 말했고, 뭔말인지 모르고 고개를 끄덕여보니 모르는 사람과 마주보고 앉게 됐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앉아도 괜찮냐고 물어본 듯 했다.?) 가게 안에는 대략 15명 정도가 밥을 먹고 있었는데, 약속이라도 한 듯 간장을 흠뻑 머금은 두부 반 모 정도가 밥 위에 올라간 정식을 먹고 있었다. 두부 정식으로 유명한 집이구나 생각하면서 한편으로 내가 두부를 싫어한다는 사실도 생각해낸 내 자신이 대견했다. 

역시나 주문이 난관이었다. 그러나 나에겐 손가락이 있기에 메뉴판에 있는 다른 사진을 가리키며 코레 코레(코레는 이것)를 외치니 10분뒤 사진에 있던 음식이 내 앞에 있었다. 닭고기 덮밥을 시켰고, 한국에서 먹던 맛과는 미묘하게 달랐다. 길쭉하게 잘려 올려진 김이 본연의 향을 뽐내는게 상당히 거슬렸고, 알 수 없는 무언가(해초의 일종으로 추정됨)가 간장에 절여진 채로 닭고기 밑에 숨어있었는데 이 놈이 아주 강력했다. 그 알 수 없는 무언가를 먹다보니 두부 먹을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알수없는걸 어느정도 걷어내고 김과 닭고기를 곁들여 밥을 먹고 나왔다(800엔). 

밥도 먹었고, 이제 어디를 가야하나 생각하다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내가 아키하바라를 좋아해서 간게 아니라 구글맵을 켜보니 도쿄역에서 아키하바라가 도보로 22분이길래 갔다. 반대방향으로 츠키치 시장이 있었지만 밥을 지금 막 먹었기에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로밍을 안했기에 조금 걷다 세븐일레븐, 패밀리마트, 스타벅스 주변에서 현재 위치를 확인하고, 클리크 수정해 가며 아키하바라로 향했다. 

유일하게 구글맵 없이도 여기가 어딘지 알아볼 수 있을 법한 곳이 아키하바라였다. 어떤 건물이든 예외 없이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걸려있었고, 거리를 걷다보면 전봇대 간격으로 메이드가 한 명 씩 배치돼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

아키하바라에서 JR을 타고 시부야로 향했다.(28분, 약 170엔 부가세 미포함) 일본 지하철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평에 조금은 불안했지만 막상 역에 들어가보니 표지판과 안내 문구가 잘 나와있어서 잘못타는 일 없이 시부야로 한 번에 올 수 있었다. 역에서 티켓을 바로 구매할 수도 있지만, 매번 사는건 불편하기에 스이카라는 교통카드를 사서 충전했고, 카드를 이용해서 돌아다녔다. 시부야에서 내려 돌아다니다가 가방이 너무 무거워 어깨도 아프고 피곤해서 다시 지하철을 타고 산겐자야(지명임)로 향했다(4분, 130엔).

그리고 다시 스타벅스에 들어왔다. 이번엔 프로모션 음료를 안시키겠다는 일념하에 아메리카노를 외쳤고, 지금 마시고 있다. 오늘 하루만 2곳의 스타벅스를 가봤는데, 우리나라랑 비교했을 때 규모가 좀 작다. 사람이 많은 건 한국과 비슷하고(거의 항상 만석), 가격은 조금 더 저렴하다고 느껴짐.

저녁은 산겐자야 골목을 돌아다니다 발견한 돈까쓰가게에서 해결했다. 히레(안심)까스 정식 (1,250엔)을 주문했다. 이 가게는 할머니와 할아버지 두 분이 운영하시는 듯 해보였다. 왠지 몰라도 그 분들의 나이가 맛을 보장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과 달리 고기의 형태가 일정하게 잘려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울퉁불퉁한 그 모습이 식욕을 더 자극했다. 곁들여 먹을 양배추와 고기에 소스를 뿌렸고, 고기에는 추가로 레몬(1/4개)즙을 더했다. 이제 먹을 시간이다. 한 입 크게 베었고, 투박한 겉모습과 달리 튀김옷과 고기 모두 부드러웠다. 그리고 약간 느끼하다고 생각될 때 레몬향이 느껴져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사이드 메뉴로는 순두부 1/6모, 된장국 등이 나왔다. 한참 먹다가 PC방의 익숙한 향기가 느껴져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손님들이 담배로 연기를 만들고 있었다. 일본은 실내 금연이 아니어서 그냥 핀다. 반대로 실내 금연인 경우 입구에 표시를 하곤 한다.

밥을 다 먹고, 밤과 내일 아침에 먹을 것들을 좀 사러 식료품점에 갔다. TOKYU라는 식료품 점으로 크기는 이마트 에브리데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정도로 느껴졌고, 파는 품목도 비슷했다. 맥주 한 캔, 초콜릿, 과자, 귤, 감, 아침에 먹을 컵라면 등을 구입해 집으로 향했다. (마켓오와 서울막걸리(6,000원)를 파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람, 가격에 더 놀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