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_06

6일차

사실 지난 토요일에 오늘 먹을 점심 메뉴를 골라뒀었다. 산겐자야역 앞에 있는 상가 입구쪽에 조그마한 크기로 자리 잡고 있는 장어덮밥 집.

주인에게 이것 저것 물어본 결과, 이 가게는 점심 장사만 한다. 손님이 주문하면 만든다.(20~30분 기다려야 함). 

메뉴는 장어덮밥 뿐, 크기는 일반(1700엔), 대(2500엔), 특대(3500엔) 세 종류가 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일반 크기 장어 덮밥을 주문했다. 유창한 일본어로 먼저 선제공격을 날렸다. 

“외국인이라 일본어를 못합니다.”

일동 침묵…(주인장男, 주인장女, 나)

20~30분을 기다려야 한다는데, 멍하니 있기 민망해 가방에서 노트를 꺼내 아무거나 끄적거리기 시작했다. 히라가나 쓰는 연습을 하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

처음에 뭐라고 하는지 못알아들었는데, 두 세번 더 들어보니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는것 같아 “칸코쿠진”이라 대답했다. 이제부터 만 3세 일본어로 대화가 시작된다..

무슨 음식 먹었는지? 낫또 먹어봤는지? 한국 사람도 와사비를 먹는지? 질문 공세에 가까스로 대답을 다 하고, 산겐자야에 볼 만한곳이 뭐가 있는지 물어보니 상당히 난감해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대답은 그런거 없다..는 아쉬운 대답을 얻어냈다. 하긴 내가 봐도 볼 건 딱히 없다고 생각했기에  곤란한 질문을 던진 것 만으로도 만족을 한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났고, 먹음직스러운 장어 덮밥이 눈 앞에 있었다. 소라가 들어간 국과 일본식 야채 절임도 함께 나왔다. 하얀 쌀밥 위에 장어가 올라가 있었고, 그 위로 간장 소스가 뿌려졌다. 

상당히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으로 한 입 한 입 입에 넣을때마다 입 안 가득 퍼져나가는 장어의 향연….(쓰면서도 민망하다). 적당한 양의 소스가 쌀알 사이사이로 스며들었고, 뼈와 잔가시가 모두 제거된 장어는 연두부 마냥 부서지고 있었다.

이 집의 장어덮밥은 상당히 맛이 좋았다(여기서밖에 안먹어봄). 일본에서 먹은 것 중 가장 맛있었다. 

커피숍 가서 작업 좀 하다가

록뽄기에 여자친구 회사가 있어서 그 곳으로 향했다.

록뽄기하면 일본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동네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잘 사는 동네다. 애플, 구글 등 글로벌 회사도 많고, 잘 모르겠다. 처음 가봤고, 혼자 돌아보느라 제대로 느껴보진 못했고, 록뽄기 역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도쿄타워가 눈 앞에 보인다.(꽤 가까운 거리)

저녁을 먹으려 하는데, 오히려 록뽄기 같은 곳에 가면 메뉴선정이 정말 어렵다. 프렌차이즈 식당이 많고, 사람도 많고, 정감 가는 식당은 적다. 진심으로 1시간 정도 음식점만 찾아 헤맸다. 중간에 비가와서 그냥 모스버거 들어가서 먹으려다가 록뽄기까지 와서 모스버거 먹는건 마치 지난 겨울 내가 경주에 여행 가서 놀부부대찌개 먹는 격 같아 참았다. 

결국 라멘을 먹었는데, 츠케멘을 먹었는데, 한국에서 먹는 것 보다 짰다. 고기는 더 두꺼웠고, 간장 소스에 죽순이 들어있던게 달랐던 점. 고기인줄 알고 씹었는데, 낚일 때 마다 내면의 분노가… 면을 소 중 대로 분류해 팔던데, 내가 시킨건 중이었고, 양은 많았다. 소화가 안되서 고생했다.

집에 돌아왔다. 록뽄기 같은 곳 한 번 갔다오면 몸이 피곤하다.(한 번 밖에 안가봄)